지금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벌지 않았던 학생시절에는
항상 부족하지 않게끔 나의 지갑을 채워주시던 부모님의 지갑이 있었다.
그 지갑의 가치라는 것은 사실 풍족할때보다 부족할때 드러나는 것인데,
감사하게도(?)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았으니, 아마도 당시에는 더욱 철이 없었던 것 같다.
그렇더라도, 대학시절을 포항의 한 시골동네에서 나름의 청빈한 생활을 하다보니
돈을 쓸 곳이라고는 몇군데 없었고, 고작해야 과제에 필요한 재료들, 참고 서적들, 술값 정도?
다행히 적당한 시기에 졸업을 하고, 지금은 회사를 다니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니
이전에 내 지갑을 채워주었던 부모님의 지갑에 대한 가치가 점점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.
만약 당시에 내가 그 돈으로 '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는 일'에 집중하지 않고,
'이 돈을 재밌게 쓰는 일'에 몰두 했었다면, 지금의 나는 아마 더 형편 없었으리라.
즉, 부모님께서 채워주셨던 지갑의 의미는 '돈을 펑펑 잘 써라'가 아닌,
'네 꿈에 집중해라'였던 것이다.
음- 아마도 같은 맥락일까나.
지난주 설교는 '하나님이 주신 구원의 은혜란?' 이라는 주제의 말씀이었고, 요는 이렇다.
구원받은 사람의 삶의 자세는, 죄를 짓지 말아야 겠다고 벌벌 떨면서 사는 것이 아니고,
현재의 삶에서 아둥바둥대면서 더 좋은 의식주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.
하나님께서는 과거, 현재 그리고 미래에 내가 지을 모든죄를 (다행스럽게도)이미 다 용서해주셨고
입고, 먹고, 마실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 하실정도로- 구원에는 좀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.
그분께서 결국 원하는 것은 우리더러 우리의 힘을 좀 더 선한일-주위를 돌보고 서로를 사랑하는 일-에 집중을 하고
그것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으라는 것. 방법은 각자 찾아야 할 몫이겠지만-
따라서, 그깟 죄좀 지었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으며, 그깟 의식주의 질과 양에 웃고 울어야 할 이유가 없다.
내 마음의 중심은 '선한 일'이지, '죄 짓기 않기'가 아니거든.
뻔한 내용일 것으로 예상하고 졸릴 준비를 하던 나에게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니
이 마저도 주님의 은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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